5月 292013
 

한국민주화운동의 성지, 광주5‧18 스터디투어에 참가하여

「광주의 오월을 걷자」라는, 편리한 지도가 딸린 소책자를 받았다. 광주의 마을을 「오월인권길」, 「오월민중길」,「오월의향길」, 「오월예술길」,「오월남도길」이라는 각각의 테마로, 1980년대 그리고 그 이후의 민주화 운동의 기억을 누구든지 자신의 발로 찾아가며 그 과정에서 5‧18을 체험하고 추모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주머니에 넣어 걸을 수 있는 사이즈로 만든 가이드북이다. 한국어판이 가장 상세하지만, 일본어판도 꽤 내용이 알차다.

이것을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광주 5‧18을 풍화‧왜곡시키지 않겠다는 광주 시민의 강한 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다. 시민을 중심으로 광주라는 도시 전체가, 5‧18의 기억을 깊은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계속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2013년은 광주5‧18 33주년으로, 올 1월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인「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는, 유명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고, 마지막 순서에 합창단이 간단하게 부르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였으며, 기념식에 소요된 시간은 30분 정도로 매우 짧았다. 여기에서 5‧18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기념식에 참가한 투어의 첫날이었던 5월 16일 저녁에는, 광주NGO센터의 이사들이 교류회에 초대해주셨다. 1980년 당시에 시민군으로 싸웠던 사람들, 그리고 곁에서 응원을 했던 사람들이 그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감정 등을 이야기해 주셨고,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나에게는 5‧18이 구체적으로 실감되기 시작한 첫 순간이었다.

투어 이틀째의 오전 중에는 세계인권도시 포럼의 세션을 부분적으로 방청했다. 광주는 독자적으로 인권선언을 선포하여 그것을 보급시키려 하고 있으며, 인권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책정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보급할 생각으로 검토위원회를 추진하거나, 또 아시아 각국의 인권상황 분석을 실시하는 포럼도 개최하고 있어 5‧18이 그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사회를 구축하는 기초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 점심 식사를 함께 해주시고 5‧18의 중요한 무대인 전남대학교를 안내해 주신 나간채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해주셨다. 1980년 5월은 광주항쟁의 제 1단계, 그리고 그 후에 계속된 운동으로 민주화가 실현된 1997년에 이르는 오랜 나날들이 제2단계로, 광주 5‧18은 「승리한 항쟁」이라는 것을 강조하신 것은 인상적이었다. 전남대학교 「5‧18기념관」의 전시는, 투쟁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유품 전시와 설명 등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되어 있었고, 마음의 아픔이 느껴지는 전시와 동영상 이었다.

금남로에서 낮에는 많은 단체들이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제공했던 일을 기념하는 부스도 있었다. 여성 국회위원 등이 참여하여 정성스레 주먹밥을 하나하나 만들어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갑자기 어느 단체의 여성 활동가가 “1980년 당시에 광주에 살고 있었습니까?”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당시 증언을 아직 모으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번 투어를 진행한 “착한여행” 직원인 김영지씨가 그 당시 광주 시내에 가족과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된 아이였다. 아이의 눈에 비친 5‧18의 모습, 상황에 대해 들었는데, 그녀는 너무나 공포에 떨었던 나머지 이후 약 2년간 그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실제 투쟁에 참가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이조차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본희망제작소의 한국어강좌 강사인 문진영 선생님에게서도 당시 트라우마로 인해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광주 사람들이 공통의 아픔으로 광주 5‧18을 기억하고 있다. 그 깊은 아픔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평소에는 틀림없이 유쾌한 선생님일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나간채 교수님이, 광주항쟁을 이야기할 때면 눈을 크게 뜨고 타오를 것 같은 눈빛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눈빛은 불타오르듯 뜨겁고 압도적이었다. 그 깊은 눈빛을 접하고 광주 5‧18이 현재진행 중인 투쟁의 출발점이었다고 하는 나간채 교수님의 말씀을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저녁 뒤풀이에 와주신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인 김강렬 선생님은, 나에게 있어 또 광주의 아픔과 슬픔과 위안을 대표하는 것 같은 인물이었다. 마음 깊이 새겨진 아픔과 슬픔의 역사가, 김강렬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실감나게 전해져 왔다. 김강렬 선생님이 지금까지 일본에 짓밟혀온 역사를 전부 판소리로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순간 멈칫했지만, 나는 처음으로 그 아픔에 공감하는 방법과 길을 하나 제시 받은 기분이 들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판소리는 하루에 8시간 정도 공연해도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실제로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충실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신 일본희망제작소의 기카와 준코 씨, 시마무라 나오코 씨, 기노시타 히로미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국 시민운동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과의 협력관계를 소중히 하고 있는 일본희망제작소 주최의 스터디투어를 통해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또 한국에서도 광주NGO센터의 서정훈센터장과 시민단체 대표자 분들을 비롯하여 나간채 교수님, 그 외 많은 분들, 그리고 착한여행의 나효우 대표님, 김영지 씨, 공다연 씨, 그리고 즐겁고 충실한 시간을 함께해 주신 참가자 분들 모두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글: 구로카와 타에코 <국제식자문화센터 (ICLC)> (원문: 일본어)
번역: 정진애

일정
5월 16일
– 광주 NGO센터와 교류회 (참가자는 일본 희망 제작소에 관련된 11명. 한국 측은 약 10명)
5월 17일
– 세계 인권 도시 포럼 참가(분과회)
– 나간채 교수의 이야기(전남대 사회대 교수 5.18연구소 소장)
– 김대중 컨벤션센터역 전시 견학(인권 도시 구상)
– 전남 대학교 정문 대학 역사관 견학, 금남로에서 이벤트 견학
– 김영지씨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
– 전야제
– 광주 NGO센터 관계자와의 뒷풀이
5월 18일
– 제33회주년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가
– 광주시 동구 초청 오찬